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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진 작곡발표회 : Réincarnation des timbres
  • 공연일시
    2024년 11월 25일 월요일 19:30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티켓가격
    10,000원 중/고/대학생/예술인패스 소지(50%) 5,000원 (증빙지참, 미지참시 현장에서 차액결제)
    예매처
    인터파크티켓 1544-1555
    공연문의
    sejinmusique@gmail.com

공연 소개

〈 공연 정보 〉

옛 악기 : 잊힌 음색의 새로운 발견 Reincarnation des Timbres

이 프로젝트는 유럽의 옛 악기를 현대적 어법으로 재해석한 6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거의 사용되지 않는 클라비코드의 독특한 음색과 연주 기법을 현대적으로 탐구하고, 전자음악 프로그래밍을 결합해 그 매력을 극대화했다. 제한된 음량과 불완전한 음정 같은 옛 악기의 한계를 취약점이 아닌 고유한 예술적 특성으로 승화시키며, 이를 통해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프로그램 〉

1. 두 대의 클라비코드, 하프시코드, 피아노를 위한 〈건반 가족 : Famille des Claviers〉 2024년 Seoul 초연

2. 두 대의 클라비코드와 전자음악을 위한 〈맷돌 노래〉 2024년 Paris

3. 리코더, 하프시코드, 피아노, 소프라노를 위한 〈서시〉, 2017년 Paris

4. 비올라 다모레, 전자음악을 위한 〈 에스프레소 주세요. : Un Expresso, svp. 〉 2024년 Seoul 초연

5. 바로크 바이올린, 리코더, 하프시코드를 위한 〈Partita〉, 2022년 Seoul

6. 바로크 바이올린/비올라, 리코더,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피아노, 소프라노를 위한 〈정화된 공간 : Les Espaces Transfigures〉 2024년 Seoul 초연


〈 편성 〉

리코더/ 비올라 다모레(바로크 바이올린)/ 하프시코드/ 두 대의 클라비코드/ 그랜드 피아노/ 소프라노/ 전자음악


〈 아티스트 〉

최혁재 : 지휘 / 클라비코드

최현정 : 비올라 다모레 / 바로크 바이올린

김수진 : 리코더

문종인 : 피아노

최현영 : 하프시코드 / 클라비코드

김제니 : 소프라노

도하나 : 전자 퍼포먼스

정세진 : 작곡 / 클라비코드


〈 작품 해설 〉

1. 두 대의 클라비코드, 하프시코드, 피아노를 위한 〈건반 가족 : Famille des Claviers〉 

건반 악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 메커니즘 변화에 따라 세 건반 악기가 만들어내는 닮은 듯 다른 음색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활용한 작품이다. 각 악기의 음색과 음량 차이를 자연스럽게 반영하여 볼륨의 변화를 구조적으로 배치하고, “탄생 - 부흥 - 쇠퇴 - 부활”이라는 옛 악기의 역사적 흐름을 음악 구조에 담아냈다. 건반 악기의 음색만으로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창작품이다.


2. 두 대의 클라비코드와 전자음악을 위한 〈맷돌 노래 〉 

전통적인 맷돌은 산업 혁명 이후 성능이 더 좋은 기계로 대체되었지만, 문화유산으로서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맥락은 바흐와 모차르트가 사랑했던 유럽의 옛 건반 악기 클라비코드의 운명과 닮아있는데, 이 작품의 편성인 두 대의 클라비코드는 2인이 함께하는 맷돌 작업 환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한, 맷돌의 움직임에서 착안한 "회전"이라는 키워드는 곡의 구조(론도)와 음악적 어법(리바투타 리듬, 한 음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다양한 꾸밈음 및 요소의 반복)을 관통하는 중요한 아이디어로 작용한다. 민요가 통상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가사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고려할 때, 노동요 속에서 고된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여성들의 이상적인 세계는 다양한 필터로 설계된 전자음악 패치를 통해 "맷돌 노래"의 음성으로 구현된다. 이 과정에서 현실을 반영하는 맷돌 소리인 클라비코드의 음색은 서로 대비를 이루도록 구성되었다. 


3. 리코더,하프시코드, 피아노, 소프라노를 위한 〈서시〉

상이하게 조율된 두 대의 피아노포르테를 함께 연주하다가 착안한 아이디어로, 414, 415, 또는 440 등으로 조율된 악기들의 앙상블에 소프라노의 바로크 및 현대적 기법 (Ornement, Chuchotement)을 더했다. 윤동주 “서시”의 가사에서 나타나는 바람, 별, 사랑 등 자연적 묘사와 감정을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베이스’ 등 넓은 음역대를 아우르는 리코더에 투영하여 다양한 음색과 주법으로 표현하였으며, 의도적으로 변색된 음색의 프리페어드 피아노 기법으로 옛 악기들과의 조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타악적 요소를 더하였다.


4. 비올라 다모레, 전자음악을 위한 〈 에스프레소 주세요. : Un Expresso, svp. 〉

프랑스 카페나 Brasserie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프랑스인들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인과 공유하는 순간을 외국인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 주세요!”를 외치는 순간부터, 커피를 마시고, 시간이 멈추고, 대화로 채워진 공감의 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다가 테이블 위의 영수증 위에 동전을 놓으면서 사라지는 공감각적인 시간. 커피를 마시며 깨어나는 이러한 다섯가지 감각을 시간과 공간의 흐름과 함께 표현한 곡이다.

비올라 다모레는 다수의 현과 공명현으로 인해 풍부한 음색을 갖는다. 특히 공명현은 마치 상상 속의 공간이 존재하는 듯 잔향을 머금고 있는 특색이 커피 향과 닮아있기에 솔로 악기로 선택하였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BWV 211) 아리아로 시작되는 이 곡은 하프시코드, 비올라 다모레의 바소콘티뉴오와 어우러지는 리코더의 솔로, 그리고 소프라노의 음색에서 바로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나, 곧 현대적 주법의 비올라 다모레 솔로 그리고 전자음악으로 전환된다. 바흐 테마(Bb, A, C, B)와 카페 테마(C, A, F, E 하프샤프) 음이 음악적 요소로 곳곳에 쓰였으며,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서 발생하는 여러 소음(블랜딩, 심장박동, 수다 및 기침, 찻잔, 동전 소리 등)이 커피의 향과 어우러지는 음악적 전이를 전자음악과 접목하였다.


5. 바로크 바이올린, 리코더, 하프시코드를 위한 〈Partita〉

피아노포르테 연주자로서 바로크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춤을 배운 경험을 반영하였다. 어딘가 뒤틀리고 모자라며 삐거덕거리는 아마추어의 춤 선들을, 바로크 음악의 구조와 편성, 리듬을 갖춘 “Partita”의 모음곡 틀 안에 두고, 이 위에 현대적 주법을 생경하게 나열하여 색다른 음색의 조화를 꾀하였다. “Prelude - Sarabande - Coulisse I - Menuet - Coulisse II - Gigue”의 곡 구조 중 두 번의 “Coulisse(무대 뒤)” 파트는 춤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시간을 현대적 주법으로 채워 그 긴장감에 대한 표현을 극대화하였다.


6. 바로크 바이올린/비올라, 리코더, 하프시코드, 2단 배열 클라비코드, 피아노, 소프라노를 위한 〈정화된 공간 : Les Espaces Transfigures〉

프랑스 작곡가 G. Grisey의 작품 “Les Espaces Acoustiques” 실황 연주(파리 필하모니 Boulez 홀 2023년 10월)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의 작품 세계를 재해석하고 본인의 방식으로 재창조한 소규모 앙상블 곡이다. 유럽 옛 악기들의 색채와 소프라노의 다양한 성악 기법이 더해졌으며, 비올라 다모레의 솔로에서 점차 악기가 더해지며 공간을 넓혀가는 음악의 공감각화를 꾀하는 아이디어, 6개의 소품으로 이루어져 있는 원곡의 형식 등을 차용하여 오마주 하였으나, 그 외의 주요 작곡 어법은 “옛 악기 음색의 공간감화”라는 주제로 원곡과는 상이하게 설계된 창작곡이다.


〈 작곡가 프로필 〉

다방면의 예술 장르에 도전하며 프랑스 파리 및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정세진은 국립 극장, 프랑스 루앙 국립 극장, 프랑스-독일 예술 방송 ARTE, Musique de la Police Nationale de France, Musique des Gardiens de la Paix de France 등과 협업하며 활발한 창작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 학사를 취득한 후, 파리 음악원에서 작곡 기법과 분석, 오케스트레이션을 그의 전문 분야로 더욱 발전시켰다.

이후 Edith Canat de Chizy에게 현대 음악 작곡을 사사하는 시기, Patrick Cohen의 지도 아래 파리 음악원에서 피아노포르테와 클라비코드 고음악 디플롬을 함께 취득하였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가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새로운 음악 언어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귀국 후 중앙대학교에서 오케스트레이션과 작곡을 지도했으며, 현재 프랑스 Goussainville 음악원에서 시창청음 및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파리 소르본 4대학에서 "옛 악기의 현대적 주법: 클라비코드의 제한적 쓰임과 그 가능성"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집필 중이다. 이 연구는 그의 창작 작업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유럽 각지의 옛 악기 제작자, 고음악 연주 전문가, 작곡가, 음향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현대적 음악 어법과 옛 악기의 융합을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